뉴스나 경제 채널에서 가끔 '프로그램매매' 때문에 주식 시장이 크게 움직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1. 프로그램매매란 무엇일까요?
프로그램매매(Program Trading)는 말 그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주식을 사고파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한두 주를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주식을 한 바구니('바스켓'이라고 부릅니다)에 담아서, 한꺼번에, 그리고 자동으로 사고파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주로 누가 사용하냐면, 수백억 원 이상의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워낙 크고 거래하는 주식 종목 수가 많아서, 사람이 일일이 주문을 입력한다면 주문 처리하는 데만 밤을 새워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리 정해둔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수십, 수백 종목의 주식을 사고팔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해 놓는 것입니다.
2. 왜 컴퓨터로 이렇게 복잡하게 거래할까요? (프로그램매매의 종류)
컴퓨터가 이렇게 주식 바구니를 사고파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 첫째, 아주 잠깐 생기는 가격 차이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입니다. (차익거래 프로그램매매) 이것은 마치 시장에 잠깐 나타나는 '공짜 점심' 기회를 잡는 것과 같습니다. 주식 시장에는 지금 바로 거래되는 주식 가격(현물 가격)과, 미래 특정 시점의 가격을 미리 약속하는 선물 가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 이 둘은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아주 가끔 비정상적으로 가격 차이가 벌어질 때가 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바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동으로 거래하여 위험 없이 수익을 얻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시장 원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배추를 예로 들어봅시다.
- (매수차익거래): 시장에 갔는데 지금 배추 한 포기(현물) 가격이 1,000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내일 받을 배추 한 포기(선물)를 5,000원에 사겠다고 계약하고 있다면, 뭔가 이상하지요? 하룻밤 사이에 배추 가격이 5배나 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입니다. 이때 컴퓨터 프로그램은 즉시 지금 1,000원짜리 배추 현물을 사고, 동시에 내일 5,000원에 팔겠다는 선물 계약을 맺어 위험 없이 4,000원의 차익을 확보하도록 작동합니다.
- (매도차익거래): 반대로 지금 배추(현물)는 1,000원인데, 내일 받을 배추(선물) 계약 가격이 100원이라면 이것도 비정상적입니다. 이때는 어떻게 할까요? 프로그램은 우선 배추 한 포기를 빌려서 시장에 1,000원에 팔아버립니다(현물 매도). 그리고 동시에 내일 100원에 배추 한 포기를 사겠다는 선물 계약을 맺습니다. 다음 날, 100원에 배추를 사서 빌렸던 배추를 갚으면, 결과적으로 900원의 차익이 생기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컴퓨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하는 것입니다.
- 시장 원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배추를 예로 들어봅시다.
- 둘째, 다른 목적을 위한 대량 거래입니다. (비차익거래 프로그램매매) 이것은 차익거래와는 상관없이, 다른 전략적인 목적을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러 주식을 한꺼번에 효율적으로 사고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KOSPI 200 같은 특정 주가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인덱스 펀드)는 해당 지수에 포함된 수많은 주식을 정확한 비율대로 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관련 주식 바스켓 전체를 한 번에 매매합니다. 또는, 큰 투자 회사가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보유한 주식 포트폴리오 전체의 구성을 바꾸거나 특정 산업의 비중을 조절하고자 할 때, 관련된 여러 종목을 일괄적으로 사고파는 데 비차익거래 프로그램매매를 활용합니다. 단순히 주문이 귀찮아서라기보다는, 대규모 자산을 정해진 전략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인 셈입니다.
3. 프로그램매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엄청난 자금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한꺼번에 특정 주식 바구니를 사거나 팔면 당연히 주식 가격이 갑자기 크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특히 아침 동시호가 시간, 오후 장 마감 직전, 또는 선물/옵션 만기일 같은 특정 시점에는 프로그램매매 물량이 집중되어 주가지수가 출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덩치가 큰 회사들의 주식(대형주)**이나 KOSPI 200 같은 지수 전체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4. 너무 과열되면 어떻게 될까요? (안전장치 '사이드카')
프로그램매매 때문에 시장이 너무 한쪽으로 쏠리거나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드카(Sidecar)'**라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선물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거나 내리면(예: ±5% 이상 변동), "잠깐! 프로그램매매 주문 일단 멈추세요!" 하고 5분 동안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입니다. 시장 전체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보다는 약한 조치로, 프로그램매매로 인한 과열을 잠시 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5. 그래서 우리는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증권사 앱(MTS/HTS)이나 경제 뉴스 보면 '오늘 프로그램 순매수/순매도 얼마' 같은 정보가 나옵니다. 이것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오늘 주식을 많이 샀는지, 팔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입니다. 보통 프로그램 순매수가 많으면 '큰손들이 주식을 사고 있구나, 시장이 오르려나?' 생각하고, 순매도가 많으면 '팔고 있구나, 시장이 내리려나?' 하고 참고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만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면 안 되며, 여러 정보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실시간 프로그램 매매 동향을 통해 특정 가격대에서 매수세나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는지 관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요약
프로그램매매는 컴퓨터가 큰손(기관/외국인)들을 도와 여러 주식을 바구니 단위로 빠르게 사고파는 것입니다.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와,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위한 비차익거래로 나뉩니다.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사이드카' 같은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정보를 통해 시장의 큰 자금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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